탈락의 상당수는 기술력 이전에 서술 구조에서 발생한다.
앞 회차에서 다룬 탐색(Vol.06)과 판단(Vol.05)을 거쳐 지원을 결정했다면, 남은 관문은 하나다. 결정한 과제를 평가자가 통과시키고 싶은 문서로 옮기는 일이다. 그런데 현장의 계획서는 같은 지점에서 반복해 무너진다. 무엇을 하는지는 길게 쓰고 왜 해야 하는지는 없는 문서, 수치는 있으나 출처가 없는 문서, 공고가 묻는 것과 다른 이야기를 정성껏 쓴 문서가 그것이다.
계획서는 기술을 설명하는 문서가 아니라, 평가자가 채점할 수 있게 근거를 배열하는 문서다.
본 호는 평가자의 독법부터 출발한다. 읽는 사람의 순서를 알면 쓰는 사람의 구조가 정해지고(PART 1), 구조 위에서 항목별로 답해야 할 질문을 고정하고(PART 2), 공고가 묻는 것과 계획서가 답하는 것을 일치시키고(PART 3), 실제 탈락 문장의 유형과 교정 예시로 마감한다(PART 4, PART 5).
평가자는 처음부터 끝까지 정독하지 않는다. 채점 가능한 근거를 찾아 이동한다.
평가자의 첫 독해는 선별이다. 과제의 목적이 공고 방향과 맞는지를 서두에서 확인하고, 차이점과 근거가 있는지를 기술 항목에서 확인하고, 돈이 맞는지를 자금 계획에서 확인한다. 이 세 지점에서 답을 찾지 못하면 나머지 항목은 방어권 없이 감점 대상이 된다. 첫 1차 걸러내기를 통과하는 계획서만 정독 대상이 된다는 것이 현장 심사 경험자들의 공통된 증언이다.
중기부 기술개발 사업의 평가는 서류(서면) 평가 다음 발표 평가의 2단 구조가 일반적이며, 사업에 따라 현장 실태 조사가 추가된다. 서류에서 걸러지면 발표 기회는 없으므로, 계획서는 그 자체로 완결된 설득 문서여야 한다. 발표에서 말로 보완하겠다는 전제로 쓰인 계획서는 1단계에서 탈락한다.
평가 항목은 질문이다. '기술의 차별성'을 묻는다면 계획서는 차별성의 근거를 문장으로 제시해야 하고, '사업화 가능성'을 묻는다면 판매 경로와 수요의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 항목과 무관하게 쓰인 아무리 좋은 문장도 배점에 올라가지 못한다.
평가 항목 하나하나를 질문으로 읽고, 계획서 각 문단을 그 질문에 대한 답으로 배치하라.
양식은 사업마다 다르지만 묻는 것은 같다. 여섯 항목이 각각 답해야 할 질문을 고정하면 어떤 양식에도 대응된다.
| 구성 항목 | 평가자가 묻는 질문 | 답의 형태 |
|---|---|---|
| 과제 개요 | 이 과제가 왜 지금, 왜 이 공고인가 | 문제 정의 한 문장 + 공고 방향과의 연결 문장 |
| 기술 개발 내용 | 무엇이 다르며 그 근거는 무엇인가 | 차별점 + 비교 기준 + 보유 증거(시제품·시험성적) |
| 사업화 전략 | 만들어지면 누가 왜 사는가 | 수요처·판매 경로·가격 논리의 구체 서술 |
| 수행 체계 | 이 기간에 이 인력으로 되는가 | 핵심 인력의 투입 시간과 역할, 외주 비중의 근거 |
| 자금 계획 | 돈이 항목별로 맞게 짜였는가 | 비목별 산출 근거 + 민간부담금 조달 계획 |
| 기대효과 | 끝나면 무엇이 남는가 | 매출·후속 과제·고용 등 숫자와 근거의 세트 |
여섯 항목은 독립이 아니라 직렬이다. 문제 정의가 흔들리면 기술 내용이 방향을 잃고, 사업화 전략이 약하면 기대효과가 공허해진다. 앞 항목의 결론이 다음 항목의 전제가 되도록 쓰는 것이 구조의 완성이다.
항목을 채우는 것이 아니라 질문에 답하는 것. 여섯 개의 답이 하나의 논리로 연결될 때 계획서가 된다.
Vol.05의 공고 해석 5요소는 계획서 작성 단계에서 그대로 대응표가 된다.
| 공고문 5요소 | 계획서 대응 위치 | 실무 포인트 |
|---|---|---|
| 지원대상 | 과제 개요·수행 체계 | 자격 요건의 근거(연구소·인증·업력)를 본문에 명시 |
| 지원내용 | 자금 계획 | 보조율·민간부담금 비율에 맞춘 비목 구성 |
| 신청방법 | 제출 관리 | 마감 시각·서류 목록을 역산 일정표로 고정 |
| 평가방법 | 전 항목 | 배점이 높은 항목에 분량과 근거를 집중 배치 |
| 유의사항 | 과제 개요 | 중복 제한·수행 이력 조항과의 비충돌 문장 확인 |
공고 첨부의 평가기준표는 항목별 배점을 담고 있다. 배점이 높은 항목은 평가자가 가장 길게 머무는 지점이므로, 그 항목에 근거 문서(시험성적서·수요 확인서·선행 과제 대비표)를 붙이는 것이 효율이다. 모든 항목을 균등하게 쓰는 계획서는 배점이 낮은 항목에 시간을 낭비한 계획서다.
근거는 강도 순서가 있다. 제3자 문서(시험성적서·인증서·계약서)가 가장 강하고, 자체 데이터(시제품 테스트 결과·사용자 조사)가 그다음, 주장(시장이 크다·수요가 있다)이 가장 약하다. 주장으로 채워진 항목은 채점 불가 항목으로 처리된다.
공고의 5요소를 대응표로 먼저 만들고, 배점 상위 항목부터 근거를 배치하는 순서가 작성 시간을 줄인다.
탈락은 문장 단위에서 일어난다. 반복되는 실패 문장의 유형과, 이를 근거 문장으로 고치는 예시를 정리한다.
본 제품의 시장 규모는 매우 크며 성장 가능성이 높다.
대상 시장은 ○○규제 강화로 연간 ○건의 검사 수요가 발생하며, 당사는 시범 도입 기관 2곳의 도입 확인서를 확보했다.
본 과제는 AI, IoT, 빅데이터 등 최신 기술을 융합하여 개발한다.
기존 방식은 검침 주기 ○일·오차율 ○%의 한계가 있으며, 본 과제는 저전력 장거리 통신 적용으로 주기 실시간화와 오차 ○% 이하를 목표로 한다.
본 기술은 세계 최초이며 국내에 대체재가 없다.
점자와 그래픽의 동시 표현은 기존 제품 조사(붙임 ○)에서 확인되지 않았으며, 관련 특허 ○건 출원으로 권리 확보를 진행 중이다.
본 과제는 클라우드 기반 예약 관리 시스템을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소상공인 현장은 예약 누락으로 월 평균 ○건의 매출 손실이 발생한다(자체 조사 ○곳). 본 과제는 이 손실을 줄이는 자동화 수단을 개발한다.
과제 완료 후 매출 증대와 일자리 창출이 기대된다.
완료 후 3년 내 누적 매출 ○억 원(확보 수요처 ○곳 기준), 고용 ○명 증가를 목표로 하며, 산출 근거는 붙임 ○과 같다.
교정의 방향은 하나다. 주장을 빼고, 비교 기준을 넣고, 근거 문서를 붙이는 것.
Vol.05의 지원 판단 7체크가 '지원할 것인가'를 물었다면, 본 점검표는 '이 문서가 통과할 문서인가'를 묻는다.
좋은 기술을 가진 기업이 탈락하는 이유는 대부분 문서가 채점을 돕지 않아서다.
평가자의 독법을 알고, 여섯 항목의 질문에 답하고, 배점의 지도를 따라 근거를 배치하면, 계획서 작성은 재능이 아니라 절차가 된다. 남은 것은 실전 감각이다. 서류를 통과한 뒤 기다리는 것은 발표 평가와 질의응답이라는 또 다른 형태의 심사다.
Vol.08 — 평가항목의 이해와 심사 대응 전략: 정량·정성 평가항목을 어떻게 준비하는가.